10년 전 어린이날, 10년 후 어린이날

1999년 5월 5일. 9살 소년은 아빠와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간다. 제일 좋아하는 엘지팀의 야구를 보는 것은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이었다.

엘지는 강팀이었다. 바로 전해 코리안시리즈에서 준우승을 했고, 그 전해에도 2등을 했다. 서울의 최고팀은 엘지였다. 나는 나도 모르게 엘지팬이 '되어버려' 있었다.

9:10. 9회말 끝내기 홈런이다. 베어스의 강타자 안경현이었다.

속쓰린 어린이날 선물을 받은 나는 그날부로 두산하면 이를 가는 골수 엘지팬이 되어버렸다.

그 뼈아픈 패배 때문이었을까. 무적엘지는 99년이래 서서히 내리막을 걷는가 싶더니 2002년 이후에는 단 한번도 4강에 들지 못하는 약팀으로 추락하고 있었다. 그러는 동안 약팀이었던 베어스는 점점 강해지더니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 되었다.

그러한 두 팀의 변화는 맞대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. 두산은 엘지만 만나면 미친 듯이 날라다녔고, 그런 두산을 만나는 엘지는 무기력했고, 주눅만 들었다. 근 10년간 그랬다. 2000년부터 9년간 두산과의 상대전적 50승 95패(2무).

2009년 5월 5일. 해마다 어린이날에 열리는 엘지와 두산의 경기를 보려 TV를 켰다. 그 10년 사이에 엘지와 두산의 실력차는 '서울라이벌'이라는 말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. 게다가 작년, 재작년 모두 어린이날 3연전에서 모두 지지 않았던가. 그 '10년 전 어린이날'이 떠올랐다. 변함없이 모인 3만 관중 앞에서 오늘, 그날의 복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나.

바람은 곧 현실이 되었다. 최동수의 2루타와 박경수의 쓰리런홈런. 좀처럼 보기 힘든 이대형의 3루타, 페타지니의 큼지막한 투런홈런, 박용택의 쐐기를 박는 2루타까지...

경기가 끝났을 때 전광판은 12:0 엘지트윈스의 대승을 알리고 있었다. 기분이 좋다. 너무 좋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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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페이토 | 2009/05/05 19:08 | 야구가 좋打 | 트랙백 | 덧글(8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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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enod at 2009/05/05 19:26
2019년 5월 5일에 아들 손잡고 축구장에 가 있을지도.... ^^
Commented by 페이토 at 2009/05/05 22:13
축구보다 야구가 훨씬 재미있어요ㅎㅎ
Commented by 타이피스트J at 2009/05/05 21:04
역시 무적엘지 맞습니다^^*
저도 10년후엔;;
아들 데리고 야구장에 가있을지도 모르겠어요^__^
Commented by 페이토 at 2009/05/05 22:18
덕분에 추억의 응원가 잘들었습니다ㅎㅎ
Commented by ruby at 2009/05/05 21:59
정말 말로 표현 못하게 저도 기분이 좋아요 :)
1회 바로 터진 동수옹의 2루타는 진짜 짜릿했고, 갱수 홈런땐 그저 자리에서 일어났구요 :)
이댕 3루타가 제일 전 기분이 좋네요. 아휴 이쁜것;; 이녀석 두나쌩이라 두산 경기엔 미치죠 항상 orz

신나요 정말-
Commented by 페이토 at 2009/05/05 22:12
엘빠는 역시 두산에 강한 선수를 좋아할 수 밖에 없죠.

근데 그거 아세요? 페느님 두산전에서만 홈런 6방이라는거ㄷㄷㄷ 진정한 두나쌩.
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9/05/05 22:18
정말 행복한 날, 완벽한 경기였지 싶어요^^
저는 기아 대 히어로즈 경기 보고 왔는데, 엘지 대 두산 경기도 하이라이트 꼭 챙겨봐야겠습니다^^;;;;;
페느님! 오늘도 대단하셨다지요^^;;;;; 신나네요 정말로!!!!!!
Commented by 페이토 at 2009/05/07 22:45
이경기로 두산어린이들 좀 많이 흔들렸을것 같습니다 내적갈등ㅋ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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